물속에서 보내는 시간만이 수영 실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정상급 수영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을 보면 주당 수영 훈련 못지않게 드라이랜드(Dryland) 훈련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드라이랜드란 말 그대로 '마른 땅 위에서 하는 훈련'으로, 수영에 필요한 근력·안정성·유연성을 풀 밖에서 키우는 보조 훈련을 뜻한다.
일반 수영인에게도 드라이랜드 훈련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준다. 물속에서 아무리 반복해도 깨지지 않던 기록의 벽이, 육상에서의 근력 훈련 몇 주 만에 허물어지는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 이유와 구체적인 운동 루틴을 부위별로 정리했다.
🎯 드라이랜드 훈련이 수영에 필요한 이유
수영은 전신 운동이지만, 물의 부력 때문에 체중 부하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수영만으로는 근력과 골밀도를 충분히 발달시키기 어렵다. 드라이랜드 훈련이 수영 퍼포먼스에 기여하는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추진력 증가 — 어깨와 등 근력이 강해지면 한 스트로크당 잡아당기는 물의 양이 늘어나 추진력이 직접적으로 향상된다.
2️⃣ 체간 안정성 확보 — 코어가 단단해야 스트로크 시 몸통이 흔들리지 않고, 킥에서 발생한 힘이 손실 없이 전달된다.
3️⃣ 부상 예방 — 수영 선수의 가장 흔한 부상인 어깨 충돌 증후군(Swimmer's Shoulder)은 회전근개 약화가 주된 원인이다. 육상 근력 훈련으로 관절 안정성을 높이면 부상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4️⃣ 킥 파워 향상 — 고관절 굴곡근과 둔근이 강화되면 킥의 추진력이 증가하고, 하체가 수면 가까이 유지되어 저항이 줄어든다.
💪 PART 1 — 코어 훈련: 수영의 중심축을 만든다
수영에서 코어는 단순히 '복근'을 의미하지 않는다. 횡격막부터 골반저근까지, 몸통 전체를 감싸는 근육군이 하나의 단위로 작동해야 한다. 특히 자유형과 배영에서는 롤링(body rotation) 시 코어가 힘의 전달 통로 역할을 한다.
✅ 프론트 플랭크 (Front Plank)
팔꿈치를 어깨 아래에 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을 유지한다. 엉덩이가 처지거나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30초부터 시작해서 60초까지 점진적으로 늘린다. 수영 중 스트림라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 사이드 플랭크 (Side Plank)
옆으로 누워 팔꿈치를 짚고 몸을 일직선으로 들어 올린다. 좌우 각 30초씩 실시한다. 복사근(옆구리 근육)을 강화하여 자유형 롤링 시 체간 흔들림을 억제한다. 익숙해지면 위쪽 팔을 천장 방향으로 뻗어 난이도를 높인다.
✅ 데드버그 (Dead Bug)
바닥에 누워 양팔을 천장으로, 양 무릎을 90도로 들어 올린다. 오른팔과 왼다리를 동시에 바닥 쪽으로 천천히 뻗었다가 되돌린다. 이때 허리가 바닥에서 뜨지 않아야 한다. 좌우 교대로 10회×3세트 실시한다. 수영의 대각선 연결(오른손-왼발 킥) 패턴과 동일한 근육 협응을 훈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슈퍼맨 (Superman Hold)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를 동시에 바닥에서 들어 올린다. 3초간 정지 후 내린다. 10회×3세트 실시한다. 등 쪽 코어(척추기립근)와 둔근을 동시에 강화하여, 수영 시 유선형 자세 유지에 기여한다.
🏋️ PART 2 — 어깨 훈련: 추진력과 부상 예방을 동시에

어깨는 수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도 가장 취약한 관절이다. 한 번의 수영 훈련에서 어깨 회전이 수백~수천 회 반복되므로, 큰 근육(삼각근·광배근)의 힘과 함께 작은 안정근(회전근개)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 밴드 외회전 (Band External Rotation)
저항 밴드를 문손잡이 등에 걸고, 팔꿈치를 옆구리에 고정한 채 손을 바깥으로 돌린다. 15회×3세트. 극하근과 소원근을 강화해 어깨 충돌 증후군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운동이다. 밴드 강도는 '살짝 힘든' 정도로 선택한다.
✅ 밴드 풀어파트 (Band Pull-Apart)
밴드를 양손으로 어깨 너비로 잡고, 팔을 편 상태에서 밴드를 가슴 쪽으로 벌린다. 15회×3세트. 후면 삼각근과 능형근(견갑골 사이 근육)을 강화한다. 수영 중 캐치(catch) 동작의 안정성을 높이고, 둥근 어깨 자세를 교정하는 데 탁월하다.
✅ YTW 레이즈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양팔을 Y자(머리 위 대각선) → T자(옆으로) → W자(팔꿈치 굽혀 당기기) 형태로 차례로 들어 올린다. 각 자세 5회씩 = 1세트, 총 3세트 실시한다. 가벼운 덤벨(0.5~1kg)이나 맨손으로 충분하다. 견갑골 주변 근육을 360도 방향으로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 덤벨 싱글암 로우 (Single-Arm Dumbbell Row)
한쪽 무릎과 같은 쪽 손을 벤치에 올리고, 반대쪽 손에 덤벨을 들고 등 쪽으로 당긴다. 12회×3세트(좌우). 광배근과 능형근을 강화하여 풀(pull) 동작의 파워를 직접 높인다. 수영의 캐치-풀 동작과 근육 사용 패턴이 가장 유사한 육상 운동 중 하나다.
🦵 PART 3 — 고관절 훈련: 킥의 엔진을 깨운다
킥은 단순히 무릎 아래를 흔드는 동작이 아니다. 고관절에서 시작되는 큰 움직임이 무릎과 발목으로 전달되는 채찍 동작(whip motion)이다. 고관절 굴곡근, 둔근, 내전근이 모두 관여하며, 이 근육들의 힘과 유연성이 킥 효율을 결정한다.
✅ 힙 브릿지 (Hip Bridge)
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천장으로 밀어 올린다. 어깨-엉덩이-무릎이 일직선이 될 때까지 올린 후 2초 정지. 15회×3세트. 대둔근을 집중적으로 강화한다. 한 발씩 번갈아 하는 싱글레그 힙 브릿지로 발전시키면 좌우 불균형 교정에도 효과적이다.
✅ 클램쉘 (Clamshell)
옆으로 누워 무릎을 모은 상태에서, 발은 붙인 채 위쪽 무릎만 조개처럼 벌린다. 15회×3세트(좌우). 중둔근을 활성화하여 고관절 안정성을 높인다. 미니밴드를 무릎 위에 걸면 효과가 배가된다. 평영 킥의 벌리기 동작에 특히 도움이 된다.
✅ 스쿼트 (Bodyweight Squat)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무릎 높이까지 앉았다 일어선다. 15회×3세트. 대퇴사두근, 둔근, 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 운동이다. 턴과 벽 차기(wall push-off)의 폭발력 향상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익숙해지면 점프 스쿼트로 발전시킨다.
✅ 런지 (Forward Lunge)
한 발을 크게 앞으로 내딛고 양 무릎이 90도가 될 때까지 내려간다. 좌우 교대 12회×3세트. 고관절 굴곡근의 유연성과 하체 근력을 동시에 발달시킨다. 킥 동작에서 고관절 가동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 주간 드라이랜드 프로그램 구성 예시

드라이랜드 훈련은 주 2~3회가 적당하다. 수영 훈련과 같은 날 하더라도 수영 전에 배치하는 것이 부상 예방 관점에서 유리하다. 다만 고강도 근력 훈련 직후 바로 수영에 들어가면 피로로 인해 자세가 무너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최소 4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을 권장한다.
📌 A 세션 (코어 + 어깨)
- 프론트 플랭크 45초×3세트
- 데드버그 10회×3세트
- 밴드 외회전 15회×3세트
- 밴드 풀어파트 15회×3세트
- YTW 레이즈 5회씩×3세트
- 소요 시간: 약 25~30분
📌 B 세션 (코어 + 고관절)
- 사이드 플랭크 30초×3세트(좌우)
- 슈퍼맨 10회×3세트
- 힙 브릿지 15회×3세트
- 클램쉘 15회×3세트(좌우)
- 스쿼트 15회×3세트
- 소요 시간: 약 25~30분
📌 주간 배치 예시
- 월요일: A 세션 → 수영 훈련
- 수요일: B 세션 → 수영 훈련
- 금요일: A 세션 → 수영 훈련
- 화·목·토: 수영 훈련만 (또는 가벼운 스트레칭)
⚠️ 드라이랜드 훈련 시 주의사항
1️⃣ 무거운 무게보다 정확한 자세가 우선이다. 수영을 위한 드라이랜드는 보디빌딩이 아니다. 무게를 올리기보다 올바른 근육이 활성화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어깨 운동은 가벼운 저항부터 시작한다.
2️⃣ 어깨 통증이 있다면 오버헤드 동작을 피한다. 머리 위로 무게를 드는 프레스 계열 운동은 이미 어깨에 문제가 있는 수영인에게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통증이 있을 때는 밴드 외회전 같은 재활성 운동에 집중한다.
3️⃣ 유연성 훈련을 병행한다. 근력만 키우고 유연성을 소홀히 하면 가동 범위가 줄어들어 오히려 수영 동작이 경직될 수 있다. 드라이랜드 후 5~10분간 정적 스트레칭(어깨, 고관절, 흉추)을 반드시 포함한다.
4️⃣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인다. 처음 2주는 맨몸 운동과 가벼운 밴드로 시작한다. 자세가 안정된 후에 밴드 강도를 올리거나 덤벨 무게를 추가한다. 급격한 강도 증가는 근육통으로 수영 훈련에 지장을 줄 수 있다.
5️⃣ 대회 기간에는 볼륨을 줄인다. 대회 1~2주 전부터는 드라이랜드의 세트 수와 강도를 절반으로 줄여 근피로를 최소화하고, 수영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 핵심 정리
드라이랜드 훈련은 수영 실력 향상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투자 중 하나다. 주 2~3회, 회당 30분이면 충분하다. 화려한 장비 없이 요가 매트 하나와 저항 밴드만으로도 코어·어깨·고관절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물속에서 느끼는 변화는 보통 4~6주 후부터 체감되기 시작한다. 스트로크가 가벼워지고, 킥이 힘차지고, 무엇보다 어깨 통증 없이 오래 수영할 수 있게 된다. 풀 밖에서 보내는 30분이 물속 1시간의 질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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